[2020남미] 엘 찰텐 피츠로이 산 등정 후기
엘 찰텐의 명물 핏츠로이 산은 비싼 옆 동네와 다르게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 곳 그 유명한 피츠로이 입구가 맞나 싶은 곳으로 들어가면 된다. 제일 만만한 코스는 라구나 카프리라는 호수까지 가는 여정이다. 깜빡하고 가루 쥬스만 챙겨온 물통에 계곡물을 담아 먹었다. 시원한 쥬스와 초코바는 나의 생명줄이다.
7시에 시작해서 천천히 걸어들어가자 8시 30분쯤 카프리 호수가 등장했다. 잔잔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힘들면 호수만 보고 올까 하다가 자신감이 생겨 로스 토레스라고 불리는 꼭대기까지 보고 오기로 했다.
로스 토레스까지 가는 길은 정말 아름답다. 옆으로는 블랑코 강이 흐르고 저 멀리에 보이는 로스 토레스는 닿을 듯 말 듯 하다.
로스 토레스까지 가는 길은 10분의 1마다 표시가 되어있어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희망을 준다. 꿈과 희망에 차서 가다가 10분의 9까지 왔다는 표시를 만나면 지옥길이 열리게 된다. 엄청난 경사에 울퉁불퉁한 돌들이 가득하고 미끄럽기까지 한 마지막 코스는 지옥길을 선사한다.
지옥길을 뚫고 눈 앞에 맞이한 로스 토레스는 아름답긴 했지만 안개에 가려 제일 큰 봉우리가 안 보이는 게 아쉬웠다. 올라갈 때는 땀에 뻘뻘 차서 더웠는데 가만히 앉아서 경치를 구경하려니 곧 추워졌다. 안개가 걷힐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있다 가고 싶었지만 다음 여정을 위해 내려가야 했다. 아까 그 지옥길은 워낙 미끄럽고 경사가 심해 내려갈 때에도 또 다른 지옥을 선사해주었다. 숨에 차서 내가 갔던 길을 힘들게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니 아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로스 토레스를 보러 올라갔더니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져 돌아가는 길이 정말 힘들었다. 멀리서 바라본 로스 토레스도 아름다우니 꼭 정상에 목 매지 않고 10분의 7이나 8정도까지만 보고 돌아가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듯 하다.
호스텔이 피츠로이 입구 바로 앞에 있는 게 이렇게 고마울 줄 몰랐다. 간신히 호스텔로 돌아가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짐을 정리했다.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어제 호스텔에 갈 때 함께 한 아르헨티나 친구들을 만났다. 내일 피츠로이 산에 간다길래 10분의 9부터 지옥을 만나게 될 거라고 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