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칼라파테에서 버스를 타고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어 칠레의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넘어가는 날이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오후 네 시 반에 버스가 출발했다. 역시나 2층 맨 앞자리를 선택했던 내 선택은 오류가 있었다. 창 밖의 신선함도 잠시 같은 풍경에 질려 잠에 빠져들었지만 쏟아지는 햇빛이 단잠을 방해했다.

 

칠레 국경은 검사가 엄격해서 과일이나 채소, 육류 등 모든 식품의 이동이 제한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글에서는 가방 안의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서 확인한다는 식으로 써 있어서 약간 쫄아 있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받는 엄격한 검사와는 사뭇 다르게 육로를 통한 국가 이동은 상당히 간단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출국할 때에는 줄 서 있다가 도장 쾅쾅! 칠레로 입국할 때에도 줄 서 있다가 도장 쾅쾅! 배낭은 컨베이어 벨트 하나 통과하고는 그냥 끝이었다.

 

도착했더니 밤 10시 반이 넘었지만 파타고니아의 여름은 아직도 환했다. 버스터미널에 있는 환전소에서 별로 좋지 않은 환율로 달러를 칠레 달러로 환전하고는 5분 거리인 호스텔로 향했다. 호스텔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을 함께 할 짝꿍을 만나 다음날의 약속을 기약하고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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