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에르노스 산장에서 아침을 두둑히 먹고 짐을 챙겨 들고 로스 토레스 호스텔로 향했다. 로스 토레스에는 호텔도 있고 센트럴과 노르떼 두 개의 호스텔이 있다. 모든 짐을 들고 가는 길은 무거웠지만 꾸에르노스에서 로스 토레스로 가는 길이 경치가 참 좋았다. 이탈리아노에서 꾸에르노스로 가는 길은 해변같은 호수를 바로 옆에 끼고 갔다면 이번 길은 멀리 자리한 호수를 감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더웠다가 갑자기 바람이 불거나 빗방울이 쏟아지거나 추워졌다가 다시 더워지는 날씨 때문에 껴입었던 옷을 벗고는 다시 방한모자를 쓰거나 우비를 입곤 했는데 이번에는 날씨가 항상 좋았다는 거다. 무거운 배낭을 역시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선선한 바람은 땀을 식혀 주었고 경사가 급하거나 고되지 않은 평탄한 길이라 쉬엄쉬엄 경치를 감상하기 좋았다. 또 지난번에는 브리타니코 전망대라던지 프란세스 벨리같은 중간 목적지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갈 필요 없이 쭉 갔던 길로만 가면 되니 마음도 후련했다. 그러나 단점을 꼽자면 길에 정말 정말 큰 똥이 많았는데 도대체 무슨 동물이길래 길에 이렇게 똥을 흘리고 다니나 했더니 말이었다. 로스 토레스나 칠레노 산장에서 짐을 운반하고 사람을 나르는 역할을 하는 듯 했다.

 

로스 토레스 산장으로 가기 전 그 앞에 있는 웰컴센터를 먼저 들려 버스 표를 샀다. 웰컴 센터에서 라구나 아마르가까지 3000페소였고, 라구나 아마르가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가는 저녁 버스를 탈 예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삼봉이라고 부르는 로스 토레스를 이곳에서 당일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제일 북적한 느낌이었다. 특히 서양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웰컴 센터는 이미 토레스를 보고 내려와 맥주를 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내려가는 길에 물을 한 모금 드렸던 한국 분을 여기서 또 만나게 되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맥주를 한 병씩 사주셨다. 물 한 모금에 비해 너무 과한 선물을 받았다.

 

우리가 묵은 곳은 산장 중에서도 노르떼였는데 여기는 무려 전자레인지와 커피포트를 쓸 수 있음에 감사했다. 처음에 전자레인지 불이 안 들어와 약간 헤매긴 했지만 그냥 콘센트를 다른 곳에 꽂으면 되는 거였다. 짝꿍은 가져온 쌀을 어떻게든 해야 내일 로스 토레스를 올라갔다 올 수 있다며 캠핑장 부엌에서 만난 한국분께 점화기를 빌려 밥을 지으러 갔다. 짝꿍이 많이 불쌍해보였는지 은퇴하고 세계여행 중이시라는 부부는 무려 밥에 불고기까지 얹어 주셨다. 나중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라는 말과 함께.. 불고기는 우리가 준비한 참치캔, 소세지, 김, 밥과 함께 로스 토레스를 올라갔다 올 수 있게 해주늠 엄청난 양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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