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과 함께 아침을 두둑히 챙겨먹고 드디어 토레스 델 파이네의 꽃인 로스 토레스를 향해 출발했다. 어제는 5시에 출발하자고 했는데 일어나서 아침먹고 치우고 짐 싸서 센트럴 산장에 맡기고 하다보니 6시 반이 넘는다. 불타는 고구마라 불리는 삼봉의 일출을 보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새벽 1시에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밤길을 뚫고 올라가기도 한다. 짝꿍과 내가 모두 일출에 큰 관심이 없는 것에 안도했다.

 

로스 토레스를 올라가는 길은 평탄하게 시작해서 약간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말이 다니는 길이라 여기도 똥이 많다. 더 올라가면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계곡이 나오고 여기를 통과하면 칠레노 산장이 나온다. 일출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로스 토레스와 한 두시간 여 더 가까운 칠레노 산장에 묵는 것이 좋다. 칠레노 산장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부지런히 올라갔다. 마의 구간이라는 마지막 돌길이 나오기 전에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까지는 가벼운 등산을 하는 마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었다. 아 저기부터구나 하는 돌길이 등장하자 이른 점심을 챙기면서 쉬고 다시 올라갔다. 급경사에 길이 어딘지 헷갈리는 돌길이라 힘들긴 했으나 개인적으로 피츠로이의 지옥길보다는 수월했다. 피츠로이는 사람들이 저 멀리에 있어서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안 나는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그래도 삼봉이 금방 닿을듯한 곳에 있었다. 

 

간신히 올라간 삼봉은 우와 진짜 멋있었다. 햇빛도 짱짱하니 날씨도 좋고 안개에 가려진 것도 없이 너무 삼봉이 잘 보이고 물 색깔도 너무 예뻤다. 매일매일 걸어다니는 것에 지쳐 사진 찍을 여력도 없었는데 여기에서는 짝꿍과 서로의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해 초집중했다. 사진을 찍다보니 한 시간이 가는 건 금방이었다. 예약되어 있는 버스가 있다보니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수 밖에 없었다. 돌길은 역시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었다. 내려가는 길은 왠지 금방일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간신히 내려가 짐을 찾고 웰컴 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생맥주를 한 잔씩 했다. 엘 칼라파테을 마셔봤는데 차가 섞인 듯한 특이한 맛으로 맛있었다.

토레스 델 파이네 3박 4일 w트레킹을 마치고 보니 내가 여기를 무슨 패기로 혼자 예약을 했나 싶다. 하루에 몇 시간이고 산을 주구장창 걸어야 하는데 얘기할 사람도 의지할 사람도 없이 혼자였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어떻게 우연히 날짜에 숙소도 같은 좋은 동행이자 짝꿍을 만나게 된 게 천운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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