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즈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점심에 출발하는 쿠스코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빠르지는 않지만 와이파이가 터졌다. 거의 4시간이 넘도록 기다리니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도 지쳤다.

우유니-라파즈-쿠스코 항공 구간은 거리에 비해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 육로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길이 험하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돈을 지불하고 항공권을 구매한다. 내가 구입할 때에도 가격이 오를대로 오른 뒤라 15만원 정도를 주고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이용한 라탐은 저가항공사가 아니라 나름 이름있는 항공사라 기대했다. 근데 지금까지 이용한 항공사와 다르게 라탐은 웹 체크인으로 안 끝나고 카운터를 들려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하염없이 기다리다 간신히 체크인 카운터가 열렸는데 지금껏 받아보지 못한 기내용 수하물 무게 검사가 있었다. 핸드백 정도의 작은 가방을 제외하고 기내용 배낭이나 소형 캐리어는 8kg까지만 허용되었다. 나는 들고 온 음식들을 많이 먹은지라 6.8kg 정도 되어 가뿐히 통과했다.

한 시간 걸리는 비행이라 자다 일어나면 도착해 있을 줄 알았는데 눈을 떠보니 12시 45분에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1시 30분이 되도록 땅에 붙어 있었다. 답답해서 승무원한테 물어보니 기상 악화로 인해 모든 비행기가 지연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창 밖에서는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천둥까지 번쩍거렸다. 결국 다시 공항으로 들어가 대기하다가 종래 출발 시각보다 3시간이나 늦은 시각에 출발했다. 거의 하루종일 라파즈 공항에 있던거나 다름이 없었다.

 

1시쯤 도착 예정이었던 쿠스코 공항에 오후 4시가 넘어 도착했다. 오늘 일찍 도착해서 아르마스 광장과 중심 거리를 구경하고 비니쿤카 투어를 예약할 예정이었던 터라 마음이 급했다. 공항에서 택시타는데 딱 필요한 만큼만 환전할 예정이었는데 잔돈이 없다고 불가능하다고 했다. Atm은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기다리다가 한 커플이 사용하고 가려고 할 때 물어봤다. 커플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는 잘 되가는지 물어봐 주기까지 했다.

 

인터넷에 올라온대로 공항 밖으로 나가서 싼 값에 택시를 탈까 했는데 공항을 나오자 마자 택시 기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귀찮기도 하고 공인된 택시 기사를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르마스 광장까지 10페소에 가기로 했다. 호텔까지 데려다줄 수 있다고 했는데 달러를 환전해야 한다고 하니 환전 골목에 내려줬다. 여기저기 물어봐도 다 비슷비슷해서 그나마 환율이 나은 곳에서 환전을 했다.

 

이제 호스텔로 가는데 아예 장을 보고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가는 길에 있는 대형마트로 갔다. 물가가 정말 저렴해서 요거트랑 물, 과일 이것저것, 거기에 충동적으로 어떤 아줌마가 사는 닭고기를 따라 샀다. 갑자기 물가가 확 낮아져서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저렴한 호스텔을 택했더니 중심가와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무거운 배낭에 장본 것까지 들고 가는데 무거워 죽는 줄 알았다. 오는 길이 좀 외져서 다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서 그냥 쉬다가 저녁을 해 먹었다. 수박, 사과, 바나나처럼 그냥 우리나라에도 있는 과일이 맛있었고 파파야는 그냥 그랬다. 저녁은 기름에 닭고기만 볶다가 양파만 넣고 쌈장에 찍어먹었는데 살이 완전 보들하니 맛있었다.

우유니에서 라파즈로 이동하는 야간 버스는 todo turismo라는 회사를 이용했다. 비용은 약간 비싸긴 했지만 서비스가 좋고 안전하다고 해서 미리 한국에서 예약까지 하고 갔다. 서비스 면에서 굉장히 신경써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첫 인상은 좋았으나 결론은 최악이었다.

좋은 점부터 말하자면 버스사에 라운지가 있어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쉴 수 있다. 잘 차려 입은 볼리비아 소년이 저녁 식사와 아침 식사, 와인과 차까지 제공한다. 의자도 편안하고 다들 비싼 돈을 지불한 관광객이다 보니 버스 안에서 굉장히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 모든 장점을 다 파괴시키는 일이 있었다. 버스사에서는 라파즈 버스터미널에 가는 길에 공항에 내려줄 수 있다고 홈페이지에 명시해 놓았고 분명 버스에 타기 전에도 공항에 내려달라고 했다. 회사 사람들이 한 말이라곤 yes가 전부였다.

그런데 새벽에 갑자기 깨워 1분 안에 내리라고 하더니 여기서 걸어서 20분 걸리는데 위험하니까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공항에 내려주는 줄 알고 일부러 볼리비아노를 다 쓰고 왔기 때문에 남은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어이가 없어서 기사한테 영어로 따지는데 나와 함께 내린 일본인 커플도 돈이 없었지만 그냥 택시를 타고 간다고 해서 나도 동행했다. 결국 공항에 도착하자 남편분이 atm에서 돈을 인출해서 지불했다. 정말 너무나 감사했고 만약 그 상황에서 나 혼자라면 어땠을지 정말 끔찍하다. 차로 가면 5분도 안되는데 공항에 내려주지 않고 위험하니 택시 타고 가라는 이 회사의 하는 짓이 정말 어이가 없었다.

드디어 아타카마 2박 3일의 마지막 날이다.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우유니 소금 사막을 구경하는 날이다. 이 날의 일정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아침도 먹지 못하고 출발했다.

 

물이 고여 하늘과 그림자가 비치는 우유니 소금 사막에 도착했다. 고인 물에 반사되는 일출과 그림자가 정말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다른 지프차를 탄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각자 사진을 왠만큼 찍고 날이 밝자 지프차 트렁크를 열어 시리얼, 빵, 커피 등과 간소한 아침을 먹었다. 이제는 여러 장난감이나 도구를 이용한 사진을 찍으러 건조한 곳으로 이동했다.

투어사에서 준비한 티라노 사우르스 인형과 즉석으로 준비한 내 트레킹화, 다 먹은 감자칩 통을 사용해서 재미있는 사진을 찍었다.

 

다음으로 지금까지 함께 해 준 볼리비아 가이드가 단체 사진을 찍어줬다. 역시 한 두 번 찍어본 게 아니니만큼 구도를 잡는 솜씨가 남달랐다. 나중에는 우리 주변을 지프차를 타고 빙빙 돌면서 멋진 영상까지 찍어줬다. 또 우연히 각자 입고 있는 옷 색깔이 전부 달라 굉장히 색감이 예뻤다.

 

다음 여러 국기로 장식된 또 다른 소금 호탤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우리나라 국기와 또 칠레 국기와도 사진을 찍었다. 여기를 마지막으로 소금 사막과 작별했다.

다음으로 기념품을 많이 파는 노점상에서 쇼핑할 시간을 잠시 갖고 점심을 먹었다. 나는 볼리비아에서 투어가 마무리 되고 나를 뺀 일행은 다시 칠레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투어의 마지막 식사라고 생각하니 이 때부터 왠지 아쉬워졌다.

 

마지막으로 버려진 기차역에서 사진을 찍고 마지막 종착역인 우유니 마을에 도착했다. 투어사에 짐을 놓고 다 같이 인터넷 카페로 이동했다. 문명과 멀어져 았다가 와이파이 존에 들어가니 다들 가족과 통화하느라 난리가 났다. 난 한국 시간이 새벽 3시쯤이었기 때문에 밀린 카톡을 읽고 다음 일정을 위한 준비를 했다. 가족에 대한 애정을 마구 발산하는 사람들과 있다보니 그 동안 내가 우리가 정말 표현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4시쯤 지프차에 다시 짐을 싣고 떠나가는 일행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혼자 왔기 때문에 불편하고 위험한 순간도 있겠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는 전혀 만날 수도 의사소통 할 수도 없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다. 정말이지 나를 성숙시켜 준 뜻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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