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아타카마 우유니 투어를 떠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싸고 아침을 챙겨 먹었다.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온다고 해서 6시 반 부터 호스텔 밖에서 기다렸는데 역시나 7시가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워낙 후기에서 늦게 온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기다리니 7시 20분이 넘어 차가 왔다. 6명이 함께 움직이는데 칠레 커플 둘과 영국 여자 1명, 나 이렇게 한 그룹이었다. 영국 여자는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어서 나에게 번역을 해 주었다. 이 분이 있어서 정말 천만 다행이었다.
동일한 투어를 가는 사람들이 길에 차를 세워 놓고 탁자를 펴고 아침을 먹고 있었다. 우리도 한 쪽에 차을 세우고 운전수가 준비한 아침을 챙겨 먹었다. 오전 내내는 칠레에서 볼리비아 국경으로 넘어가는 여정이었다. 칠레에서 출국을 할 때까지 pdi종이가 매우 중요하다. 심사관은 pdi 종이를 가져가고 여권에 도장을 찍어줬다.
다음으로 한국에서 미리 받은 볼리비아 비자로 입국 심사를 거쳤다. 볼리비아 비자는 입국 시에 받으려면100달러가 넘는다고 하니 한국이나 다른 남미 국가의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미리 받아놓으면 좋은 듯 하다.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받은 경험에 의하면 미리 인터넷에 각종 서류를 올려 신청하는 절차가 굉장히 귀찮았다. 영문 잔고 증명서에 황열병 예방 접종 확인서, 여권 사본, 여권용 사진, 항공권을 올려야 했다. 모두 그림 파일로 올려야 하는데 최대 용량이 작아 파일 크기를 줄이는 것도 한참 걸렸다. 서류에 영문 이름이 소문자인지 대문자인지, 띄어쓰기가 올바르게 되어있는지까지도 확인해야 한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기 때문에 번호표를 뽑고 대기해야 하는데 잘못되었을 경우 대사관에서는 일체의 복사나 프린트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밖으로 나가서 하고 와야 한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구나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힘든 여정을 거쳐 받은 볼리비아 비자로 무사히 볼리비아 국경을 통과했다.
라구나 블랑카, 라구나 베르데를 구경했다. 물 색깔이 흰색, 초록색인 것을 따라 이름 붙여진 호수였다. 높은 고산에 사막 지대이다 보니 정말 햇빛이 따가웠다. 선크림, 선글라스, 모자는 정말 필수였다.
다음은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긴 여정의 단 하루를 위해 수영복을 갖고 다니기 귀찮아서 안 가져왔는데 다른 일행들은 다 수영복을 가져왔다. 그래도 어차피 환전한 볼리비아노를 남기고 갈 수는 없으니 들어가서 무릎까지만 담궜다. 족욕하는 기분으로 앉아 그냥 경치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았다.
온천욕을 즐기고 나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얘기하니 확실히 모두가 갑작스러운 고도상승으로 인한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물을 열심히 보충하고 이동하는 동안 차에서 자면서 휴식을 취해야 그나마 괜찮은 듯 했다.
점심을 먹고 그토록 걱정하던 간헐천으로 향했다. 코를 뚫는 유황 냄새와 발이라도 빠지면 큰일날 듯한 펄펄 끓는 모습에 정신을 뺏겨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다음은 엄청 기대했던 플라멩고가 가득한 라구나 콜로라다였다. 비록 플라멩고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는 없었지만 플라멩고가 가득해 핑크색으로 하늘을 반사하는 호수가 아름다웠다. 플라멩고 앞에 있는 귀여운 사슴들과 함께 조화가 멋졌다. 풍경은 멋있었지만 이 때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목이 타 들어가는 듯 해서 걷는 것도 힘들었다.
두통을 잊기 위해 잠에 빠져든지 얼마 되지 않아 숙소에 도착했다. 6인실을 쓰는 줄 알았는데 둘 씩 방을 줘서 편했다. 방에 있는 화장실에서는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바깥에 있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전기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밤에도 춥지 않고 따뜻했다.
그래도 저녁 내내 자기 전까지 머리가 아팠고 안 좋은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 저녁을 먹고는 얼른 잠에 들었다.
느지막히 일어나 아타카마에서 우유니로 가는 2박 3일 투어를 알아보러 나섰다. 확실히 아타카마는 흙으로 빚어진 사막 도시라는 느낌이 확 느껴지는 이국적인 도시였다. 관광객들도 많았고 도시 크기도 크지 않아 그냥 걸어서 다 다닐 수 있었다.
시내에 투어사들이 모두 옹기종기 몰려 있어 들어가서 물어봤다. 인터넷으로도 예약할 수 있지만 좀 더 싸게 할 수 없을까 해서 여기저기 다 기웃거렸다. 인터넷에 나온 정가는 보통 130000칠레 페소인데 가격을 맞춘건지 거의 다 110000칠레 페소를 불렀다. 아무래도 혼자 신청하는 거다 보니 가격을 흥정하기는 어려운 듯 했다. 가격은 다 같으니 가장 믿을만한 곳으로 가기로 했다.
아타카마-우유니 2박 3일 투어가 일정은 다 비슷비슷한데 국경에서 볼리비아의 투어사로 넘기는 경우가 있다고 후기에서 봤다. 그런데 이 투어사는 설명을 시작하자마자 볼리비아에서도 같은 투어사에서 진행되고 추가 요금없이 호스텔에서 뜨거운 물로 씻을 수 있다고 했다. 설명해주시는 분도 볼리비아 사람이라고 했다. 스페인어로 대충 몇 마디 던질 줄이나 알지 알아듣지 못하는 나는 영어 가이드가 아닌 게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구글맵 평점도 고려했을 때 이 곳이 제일 믿음이 갔다.
다시 투어사로 가기 전에 돈이 조금 부족해서 환전소에 들렸다. 환전소도 역시 바로 옆 골목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내 앞에 서양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가는 곳으로 가서 기웃거렸다. 투어를 진행하면서 입장료나 기타 비용을 합해 필요한250볼리비아노 볼과 칠레 페소를 더 필요한 만큼 환전했다.
투어사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250볼, pdi, 비자, 물 2리터, 간식 등 필요한 준비물을 확인했다. 내일 아침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호스텔로 픽업을 온다고 했다. 칠레 시간 개념에 이제 익숙해졌는지 정확히 몇 시냐고 물어봤자 어차피 안 맞을거라 그냥 대충 기다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후련하게 예약을 마치고 점심 먹을 거리를 사러 슈퍼에 갔다. 고생한 나를 위해 소고기, 와인, 사과와 마늘, 양파, 상추를 샀다. 미리 준비해 간 쌈장을 드디어 뜯어 구운 소고기와 함께 와구와구 먹었다. 근데 소고기를 잘못 샀는지 질겨서 속상했다. 또 고기를 먹으니 기운이 나야되는데 오히려 어지러운 게 이런 게 고산 증세인가 싶었다. 고산병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미리 준비해 간 감기약을 먹고 누워서 쉬다가 잤다.
한낮의 아타카마는 너무 더워서 못 돌아다닐 것 같다. 자다가 저녁 때쯤에 조금 남은 돈을 탕진하러 가까운 슈퍼에 갔다. 이 슈퍼는 한 켠에 빵을 정말 무더기로 쌓아놓고 팔고 있었는데 현지인들이 많이 와서 빵을 사갔다. 어떤 칠레 아저씨가 한 번에 몇 십 개를 사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근데 점원이 그 많은 빵을 다시 가져와 채우는 게 더 신기했다. 맛이 궁금해서 그 아저씨가 많이 산 빵이랑 추천해 준 빵을 하나 사 봤다. 밥 대신 먹는 거라 그런지 과자보다 가격이 더 저렴했다. 거기에 과자, 오렌지, 바나나, 요거트, 물, 타먹는 가루, 휴지도 사서 돌아왔다. 과자에는 설탕 등이 많다는 각종 경고 표시가 써 있었는데 트레킹 이후로 여행 중 당 떨어지는 게 무서워 쟁여놓기로 했다.
숙소에 돌아와 먹은빵은 과자가 아니라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담백한 맛으로 내가 좋아하는 맛이었다. 길쭉한 빵은 버터가 많이 들어갔는지 부드러워 확실히 추천할 만 했다. 처음에는 이런 빵만 주구장창 먹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있었는데 먹어 보니 의외로 맛있어서 이 정도라면 정말 매일 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저것으로 저녁을 떼우고 내일의 투어를 위해 씻고 잘 준비를 했다. 내일 가는 간헐천이 고도가 높아서 고산병이 많이 온다는 데 무사히 넘기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