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칼라파테의 명물 페리토 모레노 빙하을 당일치기로 보고 오는 날이다. Chalten travel 에서 숙소 픽업, 페리토 모레노 왕복까지 1400아르헨티나 달러에 다녀왔다. 국립공원 입장료 800아르헨티나 달러는 불포함이기 때문에 준비해야 하고 1000아르헨티나 달러를 추가하면 유람선을 타고 빙하를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빙하 위를 직접 걸을 수 있는 빅 아이스 트레킹, 미니 아이스 트레킹 투어도 존재하는데 한 투어사가 독점하고 있어 가격이 약 30만원에 육박하는 듯 했으므로 난 당연히 하지 않았다.

8시쯤 숙소 앞에서 투어 버스를 탔고 버스는 엘 칼라파테 시내를 돌면서 사람들을 다 태우고 페리토 모레노 빙하로 향했다. 가는 동안 인솔자가 스페인어와 영어로 창 밖의 경치를 설명해 주었다.

이 곳에 집을 지으려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꼭 주변에 먼저 저런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한다. 창 밖의 경치도 아름답고 설명도 은근히 재밌었다. 어제의 피츠로이 트레킹 다음날에 편한 투어로 일정을 잡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인솔자는 3초 뒤에 모레노 빙하가 짠 하고 나타날 테니 눈을 감으라고 했다. 트레스. 도스. 우노. !! 눈을 감지 않았어도 멀리서 보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인솔자는 안내 지도를 보면서 길을 설명해주는데 포슬포슬 비가 왔다. 바로 앞에 있는 중앙 전망대에서도 빙하의 모습이 정말 잘 보였다. 가끔씩 빙하가 녹아 떨어져 내리는 굉음이 들려왔다. 소리만 들어도 빙하의 웅장함이 느껴졌다. 중앙 전망애 말고도 여러 길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인솔자가 추천한 해변을 따라 구경하는 길을 따라 들어갔다. 저 멀리 해변까지 흘러 내려온 빙하 조각이 보였다. 전망대를 따라 걷다가 빙하를 보고 감탄하다가 사진을 찍고 하다보니 시간이 술술 잘 갔다.

 

보트 투어를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13시 30분까지 입구에 있는 매점에서 집합하도록 되어있었다. 빙하를 만족하는 만큼 보고도 시간이 남아서 카페에 들어갔다. 왠지 아르헨티나 음식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주문한 엠빠나다. 맛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잠으로 순삭되었고 다행히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넘어가는 4시 30분 버스에 맞춰 버스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간 남은 막간의 시간을 활용해서 매점에서 남은 아르헨티나 달러를 탈탈 털어 버스에서 먹을 간식을 샀다. 파타고니아 쿠네라고 써 있길래 산 맥주는 그저 그랬다.

엘 찰텐의 명물 핏츠로이 산은 비싼 옆 동네와 다르게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 곳 그 유명한 피츠로이 입구가 맞나 싶은 곳으로 들어가면 된다. 제일 만만한 코스는 라구나 카프리라는 호수까지 가는 여정이다. 깜빡하고 가루 쥬스만 챙겨온 물통에 계곡물을 담아 먹었다. 시원한 쥬스와 초코바는 나의 생명줄이다.

 

7시에 시작해서 천천히 걸어들어가자 8시 30분쯤 카프리 호수가 등장했다. 잔잔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힘들면 호수만 보고 올까 하다가 자신감이 생겨 로스 토레스라고 불리는 꼭대기까지 보고 오기로 했다. 

 

로스 토레스까지 가는 길은 정말 아름답다. 옆으로는 블랑코 강이 흐르고 저 멀리에 보이는 로스 토레스는 닿을 듯 말 듯 하다. 

 

로스 토레스까지 가는 길은 10분의 1마다 표시가 되어있어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희망을 준다. 꿈과 희망에 차서 가다가 10분의 9까지 왔다는 표시를 만나면 지옥길이 열리게 된다. 엄청난 경사에 울퉁불퉁한 돌들이 가득하고 미끄럽기까지 한 마지막 코스는 지옥길을 선사한다.

 

 

지옥길을 뚫고 눈 앞에 맞이한 로스 토레스는 아름답긴 했지만 안개에 가려 제일 큰 봉우리가 안 보이는 게 아쉬웠다. 올라갈 때는 땀에 뻘뻘 차서 더웠는데 가만히 앉아서 경치를 구경하려니 곧 추워졌다. 안개가 걷힐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있다 가고 싶었지만 다음 여정을 위해 내려가야 했다. 아까 그 지옥길은 워낙 미끄럽고 경사가 심해 내려갈 때에도 또 다른 지옥을 선사해주었다. 숨에 차서 내가 갔던 길을 힘들게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니 아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로스 토레스를 보러 올라갔더니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져 돌아가는 길이 정말 힘들었다. 멀리서 바라본 로스 토레스도 아름다우니 꼭 정상에 목 매지 않고 10분의 7이나 8정도까지만 보고 돌아가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듯 하다. 

호스텔이 피츠로이 입구 바로 앞에 있는 게 이렇게 고마울 줄 몰랐다. 간신히 호스텔로 돌아가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짐을 정리했다.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어제 호스텔에 갈 때 함께 한 아르헨티나 친구들을 만났다. 내일 피츠로이 산에 간다길래 10분의 9부터 지옥을 만나게 될 거라고 말해줬다.

엘 칼라파테 공항에서 엘 찰텐으로 곧장 가기 위해 chalten travel 버스를 이용했다. 원래 내가 예약한 호스텔이 cal tur라는 다른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거기 버스를 이용하면 호스텔까지 데려다준다고 해서 cal tur버스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공항에 입점해있지 않은 듯 했다. 저녁 6시 반쯤 도착했지만 7시에 출발한다는 버스는 2400아르헨티나 달러라는 창렬하는 가격을 부르기에 9시 15분에 출발하는 1200아르헨티나 달러로 갈 수 있는 chalten travel투어사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하는 김에 내일 엘 찰텐에서 엘 칼라파테로 가는 버스와 엘 칼라파테에서 페리토 모레노까지 왕복하는 버스도 chalten travel에서 예약했다. 기다리면서 신기했던 게 여기는 9시가 넘어도 밖이 환했다.

 

운이 좋았던 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내 옆에 앉아있던 아르헨티나 여성분이 나와 같은 버스를 탄다고 했고 심지어 호스텔도 같은 곳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친구들과 캠핑을 하러 왔다고 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먼저 온 친구들이 터미널로 마중을 나와 있었다. 덕분에 길을 헤매지 않고 20분을 걸어가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12시 가까지 도착했기 때문에 호스텔에 가는 길은 매우 어둡긴 했지만 문을 열고 있는 가게들, 그 안에서 흥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관광 도시라 그런지 밤늦게도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난 100프로 길을 잃었을 것이기에 아르헨티나 친구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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