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체크인

24시간 전부터 가능한 웹 체크인은 정말 필수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예약한 좌석보다 더 좋은 좌석이 남아있을 때 선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칸 장점이다. 항상 좌석을 고를 때는 별로인 것들 중에 덜 별로인 것을 골라야 했는데 이번엔 괜찮은 것들 중에서 더 괜찮은 것을 고른 듯 하다.  부산에서 도쿄 나리타로 가는 비행기는 비상구 옆 좌석으로 골랐다. 비상구 옆 좌석은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 승무원을 도와 사람들을 탈출시켜야 하기 때문에 영어가 가능하고 신체가 건강하고 따로 챙겨야 할 사람이 없어야 한다. 이 조건들만 충족하면 비상구 바로 옆 자리에 앉을 수 있는데 어마어마한 이점이 있다. 바로 앞 공간이 이렇게나 넓다는 것이다.

비상구 옆 좌석
다리 짧은 나라도 이만큼!

좌석을 뒤로 젖힐 수는 없다고 하는데 어차피 긴 여행이 아니고서야 뒷사람이 있는데 좌석 젖힐 일은 별로 없으니 완전 이득이다. 근데 예약할 때는 홈페이지에서 자꾸 느낌표를 보여주면서 남들이 안 좋아하는 좌석을 했다길래 긴가민기 했는데 좋은 좌석이 맞았습니다!


짧은 비행이지만 샌드위치도 준다. 하지만 내가 먹어본 샌드위치 중에 제일 맛 없는 샌드위치였다. 분명 커피도 달라고 했는데 안 주셨나요. 왜ㅜㅜ

정답은 no다. 김해공항은 주거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새벽에는 비행기가 운항을 하지 않아 문을 닫는다. 오전 7시 4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한 나는 당연히 밤 늦게 혹은 가능하면 새벽에 도착해서 공항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김해공항 근처에서 있다가 공항이 열리기 시작하는 5시에 맞춰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서 김해공항으로 가는 직항 버스는 하루에 몇 대 있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리 늦어야 오후에 출발한다. 이 때부터 미친듯이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검색하기 시작했다.

간신히 검색하고 머리를 굴려서 찾아낸 건 사상역에서 5시 첫차를 타면 5시 6분에 김해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과 사상역 바로 앞에는 24시간 운영하는 할리스 카페가 있다는 것이었다. 찜질방은 어차피 편히 잠 자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없으니 차선책으로 카페에 최대한 밤늦게 도착해서 밤을 지새우다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예전에 친구와 내일로 여행을 할 때에 기차 시간이 애매해서 딱 한 번 24시간 운영하는 맥도날드에서 노숙 아닌 노숙을 한 적이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엎드려 있던 나에게 여기서 자면 안된다고 했던 점원의 말이 아직도 기억났기에(..) 이번에는 깨어있어야 겠구나 생각을 하고 갔다.

그런데 놀란 건 밤을 새면서 공부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라 정말 신기했다. 또 다행인 것은 그들도 사람인지라 새벽 3-4시쯤 되자 피곤했는지 엎드려 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점원들도 말 하거나 눈치주지 않았고 나도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잠깐 붙였다. 그리곤 첫차를 타고 무사히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받았다.

그래도 이젠 체력이 다했는지 역시 밤을 새는 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또 그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려니 여행 시작도 전에 진을 다 빼는 줄 알았다.

처음으로 나 혼자 떠나는 세계여행!
챙겨야 될 사람도 챙겨줄 사람도 없이 혼자다 보니
내 맘대로 할 수 있어 오히려 편하기도 하고
좋고 싫은 게 있어도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게 아쉽기도 하다
매 순간의 기분, 생각을 잊지 않으려 기록해두려고 방치해 놓았던 티스토리를 열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에는 굉장히 열정에 차있었던 건지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을 신경썼던 건지 지금 봐도 설명을 굉장히 열심히 써 놓았다
이번 여행은 그 때보다 체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마음 편히 기록해 놓으려고 한다
그럼 여행 시자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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